환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장례지도사로 오늘도 직업 현장에서 펄펄 날고 있는 허 준 환우라 고 합니다. 겉모습과 다른 직업세계에 대해 환우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자 인터뷰에 응하게 되 었습니다. ‘장례지도사’라는 전문 직종을 소개합니다.

프리랜서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전문상조회사/전문장례식장 소속으로 크게 나뉩니 다. 전문상조회사는 TV 광고에 나올 만큼 이제는 규모도 커졌고, 전문장례식장은 지자체, 병원 등 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말합니다.

•장례지도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 전문자격증만 취득하면 평생 가능한 직업입니다.

•나이, 학력 등의 자격요건은 있나요? 

- 신체활동이 자유롭고 운전이 가능하면 제한이 까다롭지 않습니다.

•환우 여러분이 우려할만한 육체적인 노동 강도는 어떠한가요?

- 선입견과는 달리, 관절관리를 잘한 환우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도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보상도 궁금하네요? - 노력만큼 만족하는 편입니다.

•일하면서 보람은 무엇일까요?

- 유가족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내가 대신 해줄 수 있다는 보람이 있죠.

•일과 삶과의 균형은 어떠한가요?

- 사전에 계획된 근무일정에 따라 대개 하루를 일하고 하루를 쉬어서, 근무와 휴무의 균형에 만족하는 편이에요.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상대로 절차를 진행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염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입니다. 고인의 신체를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殮襲)을 할 때, 고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얼굴을 보면 그 가정이 화목한지가 느껴집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돌아가신 고인일수록, 대개 평온하게 잠자는 얼굴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족 간의 갈등이 있는 가정에서는 고인의 마지막 얼굴조차 어둡습니다. 늘 만감이 교차하는 부분입니다.

근무일에는 항상 현장 방문을 위해 심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긴장감도 흐릅니다. 한편 사고 등 훼손된 시신을 다룰 때는 박스 등 인위적으로 형체를 만들어 합체하고 난 후, 염습을 행하는 데 이 때, 긴장감이 맴돌긴 합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편견에 대한 두려움만 넘어선다면, 추천할만한 직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직업을 논하기 이전에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건강관리, 관절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왔다고 자부합니다.

장례지도사의 주 업무는 크게 사전 상담과 현장 업무로 나뉩니다. 활동 시 팔, 허리 등 상체 근육을 사용할 일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자칫 방심하면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2~3일마다 예방요법으로 주사 투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혈우병 환우라는 사실을 주위에 공개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되었지만, 병을 구실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매사 성실하게 일하며 노력하였더니, 오히려 주위의 배려와 인정을 받으면서 일하는 분위기도 밝아졌습니다. 주사 맞는 시간이 되면 주위에서 챙겨 줄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혈우병을 병실에 계속 누워있어야만 하는 중환자처럼 여기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의 노력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혈우병이 대수냐? 응고제 제 주사 투여만 철저하게 지키면 일반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라며 늘 당당하게 일하였더니 점점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혈우병 환우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셔도 됩니다! 결함이 아니라, 키나 몸무게처럼 남들과 다른 점 일뿐이니까요. 타인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신감 있게 행동한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편견 앞에 위축될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자가 주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3살 전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예상보다 항상 주사 바늘을 많이 찔렸습니다. 경 험 많은 간호사 선생님이 놓아주셔도, 남이 놓는 주사는 늘 아프게만 느껴졌고요. 내 몸에 맞게 직접 주사를 놓아보자는 생각으로 꼭 배워서 능숙해지고 싶었습니다. 

많이 해본 연습 방법은 두루마리 휴지에 나비바늘을 올려놓고 주사를 놓는 동작이었습니다. 주사에 대한 공포심부터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를 놓는 요령을 더욱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후,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실전 연습을 하며 완벽하게 익혔습니다.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게 되면서 부모님의 걱정도 줄어들었습 니다. 자유롭게 바깥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다치면 안 된다는 소극적인 마인드도 외향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나아진 삶이 모두 자가 주사 덕택이라 생각합니다.

출혈 때문에 슬펐을 때, 그러나 극복한 이야기 

초등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새벽에 갑자기 출혈이 생겼는데, 주사를 놓아달라고 곤하게 주무시는 부모님을 차마 깨우지 못하고 아침까지 끙끙 앓으면서 통증을 참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갑자기 출혈이 생겼는데도 학교가 파할 때까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통증을 참다가 마치자마자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집에 가서 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시선을 피해 주사를 양호실에 맡겨두고 쉬는 시간에 가서 몰래 주사를 맞고 왔지만 친구들에게 혈우병에 대해 털어놓은 후부터는 쉬는 시간에 교실 한 편에 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주사를 스스로 놓았습니다. 물론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내면이 강한 사람, 인간 허준의 사자후(獅子吼) “편견은 존재하나, 크기는 내가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