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빠른 선택이 ‘해 본 사람’을 만든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42살이 된 혈우 환우입니다. 저는 명언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첫 번째 명언은

‘인생에 필요한 조건을 두 배로 갖춰라, 그러면 두 배로 풍요로워질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 배로

일은 못하여도 두 배 빠른 선택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행여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 번의 실수를 거울삼아 재빨리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면을 먼저 넣을지, 스프를 먼저 넣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느 게 더 맛있는 라면일까요. 대개 라면을 처음 끓이는 사람들은 일단 물부터 끓인 다음에 면과 스프를 넣습니

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스프를 먼저 넣기도 하고, 물의 양을 조절하기도 하고, 달걀이나 고추를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됩니다.

이처럼 저는 지금껏 다양한 선택과 시도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해본 사람’으로서 두 배 더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실한 근무태도로 좋은 평가 받아

제가 좋아하는 두 번째 명언은 ‘나무는 열매로 평가받지만 사람은 행동으로 평가받는다’는 말입니다.

저는 버스운전기사입니다. 제 일은 간단합니다. 버스에 올라 정해진 목적지로 가면 끝입니다. 빠르게 가기도

하고, 느리게 가기도 하고, 안전하게 가기도 하고, 난폭하게 가기도 하고. 우리는 모두 일단 출발을 했으면

목적지까지 가야 비로소 하나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 열매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는 상대방에게 달려 있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생각하며 운전하면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한 점을 알고 저는 늘 성실하게 일하고자 노력합니다. 성실한 저의 근무태도에, 회사에서는 제가 몸이

안 좋으면 언제든 쉴 수 있는 혜택을 줬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몸이 아플 것 같으면 스케줄을 조정하자고

말 해줄 정도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몸이 많이 아팠던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통증이 3~7일 정도나 계속되어서 정상 근무가

힘들었습니다. 아픈 것이 두렵고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쉴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는 그런 저의

마음과 사정을 알고는 마음대로 휴무를 정할 수 있게 해줬고, 가급적 자동변속 버스를 배차해줌으로써

저를 배려해 줬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게 마련입니다.

요리보다는 운전, 관리는 스스로 하는 것

제가 좋아하는 세 번째 명언은 ‘언제나 처음은 있다’입니다. 저는 한때 요리사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요리를 하면

버스운전을 하는 것보다 월급은 많이 받아도 오랫동안 서서 일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을 하여,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에 버스운전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운전은 요리에 비하면 확실히 쉬운 일입니다. 일을 하면서 걷거나 딱히 몸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힘들이지 않고 속도만 조절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일단 운전대를

잡으면 운행이 끝날 때까지 극도의 긴장감을 안게 된다는 부담도 있지만, 특별히 운전 중 다리나 팔이 아프지는

않아서 괜찮습니다.

네 번째 명언은 ‘완벽한 계획에 실수 없는 행동은 성공이다’라는 말입니다. 이 명언대로 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충분한 경험 또는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체력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우선 조금 걸어본 다음 점차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10시간을 걸어야 한다면, 일단 2시간을 걸어본 다음 점차적으로 걷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저는 우리 환우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의지도 강하고 자기 몸에 대한 인지도 충분히 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관리는 자신의 한계를 진단하면서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수십 번 생각해 보는 것보다 직접 조금씩 경험해보면서 아픔의 정도와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무리하지 말고 70~80% 정도로만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일할 때 힘들지 않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

다섯 번째 명언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다’입니다. 아픈 사람이 내일 갑자기 건강해지거나 통증이

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도 가능성이 낮습니다.

글 서두에 이야기했지만,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의 차이는 두 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환우이기 때문에 내일이 되면 오늘보다 아프고

체력적으로나 의지적으로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단 오늘 최선을 다했다면, 무엇인가를 먼저 했다면, 결코 내일이

두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경험해봤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따로 정해진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운을 찾을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버스운전을 시작하기까지 여러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우종완 형님이 혈우재단에서

취업준비생들에게 학원비를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려주신 덕분에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코헴회의 남용우 형님은 직접 약을 배달해주셔서 제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 분들은 제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행운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저 말고도 더 많은 환우들이 취업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재단에서 유익한 지원사업과 프로그램들을

많이 제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