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재단 공지사항
혈우뉴스
취업정보
자유게시판
혈우가족 이야기
함께 나눠요
FAQ

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20대 환우 수기] 20대, 자신감을 충전하자
관리자 ㅣ 2014-08-18 09:32 ㅣ 1751



20, 자신감을 충전하자

       

중학교 시절, 출석부 이름 밑에 적혀 있던 혈우병이란 글자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정말 싫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저는 주의요망, 골치 아픈 학생이고, 마음대로 회초리를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얌전하지도, 말을 잘 듣지도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지각해도 매를 맞지 않았던 것은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과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하다는 것, 남들과 다르다는 것, 나 혼자 매를 안 맞아 왜 쟤는 안 맞아?” 라는 시선들이 정말 싫었습니다.그럼에도 학업에 관심이 없던 저는 아프다는 핑계로 잦은 지각, 조퇴, 결석을 반복하여, 출석일수의 미달로 학교를 1년을 더 다녀야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학교에 가도 좋으니 졸업하게 해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하여 겨우 졸업을 하고 전문고등학교 멀티미디어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때도 난 몸이 아프니깐 그냥 대충 학교 졸업하여, 뭐 어떻게 먹고살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무릎 관절경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던 탓에 고등학교 입학식부터 목발을 짚고 학교에 가서, 다시 한 번 특별한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학교에 가기 싫었고, 나가서 놀고 싶었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습니다. 재활치료를 핑계로 중학교 시절과 전혀 다름없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수술 후 유지요법과 재활운동 덕분에 몸이 괜찮아지고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어질 무렵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습니다. 17세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현재 직장에 취업하기 전까지 계속 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원 출입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배운 유지요법과 주기적인 물리치료를 통해 점점 나아지는 몸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확실히 시작 전보다 모든 생활면에서 능률이 올라갔습니다. 정상인처럼 쉬지 않고 일도 할 수 있었고 모든 활동에 참석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선생님들께 궁금한 것들을 물어가면서 여러가지 배우며 물리치료사가 되겠다는 꿈도 갖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장래를 생각하게 되었고,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나마 관심 있던 컴퓨터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저는 기능상을 받았고, 전문대 병원행정과로 진학하였습니다. 희망이었던 물리치료사는 성적이 맞지 않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장래희망이라고 하였지만 성적관리를 위한 노력은 전혀 안했던 것이죠.




대학생활은 재미있었습니다. 여러 학생들과 만나서 여행도 가고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제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예방요법을 계속 해왔던 것도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늦게 들어왔을 때나 자고 있을 때 주사를 놓아주시던 부모님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환우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도 군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혈우병이 없었다면 전 정말 군대가 가고 싶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이 싫었기 때문에..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2년을 벌게 되었었습니다.


제가 다닌 대학은 2년제이기 때문에 저의 기준으로 20살에 입학하여 21살이면 졸업을 하게 됩니다. 조금만 빨리 준비를 하면 남들보다 몇 년은 앞서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살의 나이에 첫 면접으로 취업한날, 경쟁이 치열 했었죠, 온통 4년제 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이었고 저는 뛰어난 것 없는 전문대 출신의 21살 청년이었습니다. 몸도 건강한 것이 아니었죠. 그러나 저는 취업에 대한 절실한 마음으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 꼭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면접을 보았습니다.

저는 17살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고, 일을 하면서 한 번의 결근도 없었습니다, 제가 나이도 어리고 여기 계시는 분들보다 많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믿어주신다면 근무기간 동안 근무태도로 걱정은 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고, 옆에서 무슨 말을 하면,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있습니다.” 라며 혈우병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하여 201010월부터 부산 온 종합병원 응급실 야간 원무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격일 근무로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16시간씩 근무를 했지만, 앉아있는 일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꾸준히 관리를 해오던 터라 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크게 활동적인 일이 없어 몸에 무리가 가진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원무과라는 직업이 저에게 맞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출혈이 전혀 없지는 않았고 많이 아픈 날엔 부모님께서 병원에 찾아오셔서 주사도 놓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야간 업무를 해오던 중 운이 좋게 주간에 자리가 생겨서 근무 시간을 변경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4년 가까운 근무기간동안 결근 0, 조퇴 0, 친절사원 2회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현재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제가 혈우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모릅니다. 알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제가 이때까지 근무해오면서는 아직까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정상인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전혀 꿀릴 것 없다, 혈우병따윈 문제없다, 기본을 지키고 좋은 사람이 되자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였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남들보다 뛰어난 뭔가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남에게 없지만 저에게는 있다고 생각한 것은 혈우병과 자신감이며 혈우병으로 인해 더욱 더 자신감을 충전시켰습니다. 근무기간 동안 혈우병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지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 그것을 이겨냈고, 제가 혈우병을 극복함으로써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중학교시절 몸에 대한 자각 없이 막 행동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앞으로는 혈우병을 관리하면서 나의 길을 갈 것입니다.


제 나이 25, 현재 저는 디지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다니고 있으며 8월이면 학사 졸업예정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업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대학졸업 후 대학원 진학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의 직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병을 핑계로 모든 것을 미루고 등한시하던 저의 모습에서 모든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고 계발할 것입니다. 5년 후 10년 후 더 멋진 모습으로 환우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첨부파일